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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프로이트의 리니지 해석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한번 언급했듯이 저는 부산에서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살았다고 하면 제법 많이 묻는 것이 바로 해운대하고 광안리를 자주 갔는지 입니다.
부산에 사신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인데요.
저는 해운대와 광안리를 자주 지나갔지만 물놀이를 목적으로 간적은 아마 10번 미만 입니다.
생각보다 부산 사람들은 해운대와 광안리를 가지 않습니다.
결혼전에 바다 바람 쐬러 간적은 있어도, 연애할 때도 부산 여자와 데이트를 해서 그런지 '광안리와 해운대 = 사람많고 볼것없는 곳' 이라는 공통적인 생각으로 잘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앞에 공원이 있습니다.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사람들이 놀러오거나 하면 점심 먹고 커피 한잔 들고 걸으면 피로가 풀리겠다고 말하지만
4년 넘게 있으면서 점심 때 쪽잠을 자거나 밀린 미드를 보거나 할 뿐 정작 나간적은 없었습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봄 가을이면 찾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가지 않았더라구요
오늘 우체국에 우편을 보내야 될 일이 있어 나가면서 길가에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한 것을 보며,
무슨 일인가 싶어 공원쪽으로 향했더니 벚꽃과 튤립이 만발했더라구요.
유치원인지 어린이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친구들도 옹기종기나와서 튤립과 벚꽃을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어느새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에 퇴근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공원 한바퀴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갑자기 아내를 불러내어 걸으니, 아내가 마음의 준비를 했다며 할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무슨 사고를 쳤냐면서 ㅎㅎ
옛날에는 설과 추석 때는 친척 어르신을 찾아 뵙는 것이 싫었습니다.
정작 가고 싶어도 못가는 분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는 추석과 설 이벤트에 한 몫잡으면 장비가 바뀌기 때문이었습니다.
설 연휴,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등교하여 친구들끼리 모여 젤을 몇장 먹었고 데이를 몇장 먹었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저는 친척이란 친척집은 모두 다녀야 하여 언제나 연휴 마지막 날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이벤트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 땐 정말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리니지만 하는 것이 꿈이었고, 수능 이후 방문을 잠그고 1주일 동안 리니지만 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루에 상아탑 한 시간은 꼭 하고 잠을 잤고,
저녁에 너무 피곤하여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자는 생각으로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상아탑 1시간 돌고 간단히 운동을 하고 출근한적도 있을 만큼 리니지에 진심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지만 수능 시험 후 일명 작업장에 아르바이트할 생각까지 했으니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실 것 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처럼 '첫사랑의 시작은 생각'이라는 말 처럼 이제는 간절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리니지 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평생 게임이라고는 스타크레프트와 리니지, 근래 오버워치 정도만 하기 때문에 그건 아닙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제는 언제든지 돌아가는 PSS 때문 같습니다.
처음에 pss가 적용되면서 이제 나도 9N레벨이 된다는 기대감도 잠시 '썰자'의 등장으로 쉴세없이 울어대는 예티를 보며 분노했고,
이제는 pss 정지 조건을 사망 20회에 맞추어 놓을 정도로 분노도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다만 경로 설정을 통해 한번 죽으면 10분 동안 아덴 마을 구석 구석을 탐방하도록 맞춰놓은 것은 안비밀)
좋게 생각하면 PSS 적용으로 겜라벨(Game-life balance)가 맞춰 진 것 입니다.
이제는 설 추석 명절에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고(더이상 명절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접속하기 위해 아둥바둥할 필요도 없어졌으며,
마치 로봇 청소기 처럼 자기가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오후 8~9시에 퇴근하고 식사 후 접속한 유저들이 모여 소소하게 떠들던 채팅 창도 장사글만 있을 뿐
사람의 냄새는 찾기 어려워졌네요
리니지 월드에서는 사람냄새를 찾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현실에서는 과거와 달리 리니지로 부터 자유로워져서
글 서두에서 처럼 벚꽃 구경도 튤립 구경도 갈 수 있게되었네요.
어떤 것이 더 낫냐고 판단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가끔은 리니지 월드에서 수다 떠는 그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성시경 노래 중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 라는 곡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에 아래와 같은 가사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구절인것 같아 그 구절로 마무리를 하려고합니다.
"잊혀 지기엔 너무 아까운 날들 사라져가기엔 더 소중한 우리의 추억을 조금씩 흘리는 널 위해 내가 모두 주워 간직할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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