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글은 천천히 읽는다.
지금은 쓴 글에 대한 반응이 즉각 돌아오는 시대이다. 인터넷에 쓴 글은 금방 댓글이 달리고 어딘가에서 화제가 되는 일도 있다. 비평은 글을 남기는 것에 중대한 의의가 있다. 따라서 글이 완성되어 누군가는 읽고 어떠한 반응이 생겨난다면 비로소 남기는 것이 시작되는데 결코 대수롭게 여길 수 없는 일이다.
칭찬도 혹평도 모두 끌어 안고 남김없이 수용해야 한다. 어느 것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 누가 읽었 주지 않더라도 글을 다 썼다고 훌훌 털어버리면 안된다. 다 쓰고 나서 버려 두는 것은 다음에 글을 쓸 의지력을 낮춘다. 꼭 해야 하는 일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것이다. 문장을 천천히 읽는다. 보통 글이 게재 된 후에 읽어본다.
그러면 놀랍게도 문장의 결함이 보인다. 글쓴이로서는 괴로운 일이지만 여기서 눈을 감아버리면 다음에 쓸 글의 질이 나빠질 뿐 아니라 이미 쓴 글을 남기는 것의 기준이 낮아진다. 천천히 읽으면서 내가 쓴 글의 결함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퇴고는 다 쓰고 난 다음부터
본질적인 문제는 문장이 완성 된 후에 보이기 시작한다. 글을 쓰다 보면 다시 고쳐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글을 쓰는 도중에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바로 고쳐 쓴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문장은 구조로서는 언어의 집합체이지만 단지 언어가 모였다고만은 할 수 없다. 글의 윤곽이나 짜임새는 글을 통째로 볼 때만 보인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고 계속 써 나가야 한다. 그 시점에서 하나 하나 수정해 나가면 글 전체의 전경을 보기 어렵고 글쓴이가 헤매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글발이 느려지고 둔해진다. 글을 쓰면서 헤매는 것은 좋다. 그러나 헤매는 것 때문에 글을 쓸수 없게 된다면 바람직 하지 않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기세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일단 완성시키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읽고 불만족스러우면 다시 쓴다. 그게 글의 짜임새를 더 낫게 더 쉽게 수정할 수 있다. 미술에서도 틀린 선을 반복하지 않으면 대상에 딱 맞는 선, 정확한 선이 나오지 않는다. 도중에 선을 지운다면 소묘는 완성되지 않는다. 기량도 올라가지 않는다. 과정 중 실수는 완성에 이르는 흐름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요소이다. 글도 마찬가지 이다. 실수를 받아 드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불안도 꿀꺽 삼키고 묵묵히 써 나가야한다.
글은 정해진 시간 안에 고쳐쓴다.
이번에 쓴 글은 다음 글을 쓰는 동기로 삼는다. 시간이 더 있으면 더 좋은 글을 쓸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에 쓰는 글에서 고쳐 쓰면 된다. 여러사정 때문에 글을 고쳐 쓸 시간이 없었고 후회가 남는 글을 완성시켰다면 그것을 다음 기회에 반영하면된다. 불만도 후회도 모두 안고서 다음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이번에 쓴 글을 다음을 위한 연료로 삼는 것이 의외로 비평을 계속 쓰게 하는 비결이다.
글을 쓰고 나서 이렇게 쓰려는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글을 다음 집필 주제로 이용하면된다. 이렇게 쓰면 오해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 글에는 그 오해를 풀기 위한 글을 쓰자라고 생각하면된다. 남들이 어떻게 읽을지 상정하며 글을 의도적으로 쓰는 일은 상당히 어렵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견이나 반론을 환영하자.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말이다. 글을 써서 인터넷이나 종이 매체 등에 발표한 뒤 누군가가 읽어주고 의견을 되돌려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전하고자 한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이나 부정하는 논의 등이 나온다고 해도 기뻐해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만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찌해서 독자와 만날 글을 완성하고 그것이 독자에게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주고 그리하여 독자의 의견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과정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그 반응이 지금까지 몰랐던 누군가로부터 나온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이 쓴 글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태어나는 순간은 글쓴이에게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감동이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글쓴이가 바라는 방식으로만 전개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생각도 못한 의견이 되돌아오기도 한다. 비난 비평적인 댓글에 화가나고 기분이 상한다면 아직 수련이 모자란 것이다.
그런 반론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며 다음 글을 위한 양식으로 삼는다면 글을 쓰는 의의와 의미가 생겨난다. 이견이나 반론이 두렵다면 내가 쓴글을 애초부터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편이 낫다.
자신의 주장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이 볼만한 매체를 골라서 쓰는 자세도 중요하다. 칭찬해줄 사람만 있는 좁은 무리안에서 발표하면 다른 의견은 좀처럼 얻지 못한다. 글을 제대로 읽은 상대가 나와는 의견이 다른 곳에서 글을 발표하면 그들이 변할지도 모르고 그들의 다른 의견을 받아들여 글쓴이가 변할지도 모른다. 남들이 어떻게 읽을지를 상정하며 글을 쓰는 자세는 고도의 기법이다. 이견이나 반론을 이끌어 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계속 쓰자.
쓰기를 멈추면 나의 언어가 사라져 버린다. 계속 쓰자. 이것은 기본이다. 계속 쓰면 몇가지 이점이 있다. 첫 번째 문장쓰기에 능숙해 진다. 어휘가 늘고 글을 쓰는 속도가 붙고 주눅들지 않고 문장을 짜낼 수 있다. 너무 익숙해지면 틀에 박힌 문장에 빠질 위험도 없지않아 있지만 적어도 글을 쓴느 행위를 두려워 하는 일은 점점 없어진다.
두 번째는 자신감이 생긴다. 어떠한 측면에서 쓰더라도 실패나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이런 글은 쓰지 않는 편이 좋았다 등의 생각이들고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그러나 계속 쓴다면 점차 그런 상황에 대한 인내력을 키울 수 있다. 혹평받아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론 부정하는 의견부터 무시라는 차가운 현실까지 포함한 어떤 결과도 다음에 쓸 글의 재료로 삼는다는 의미이다. 그런 사태 조차 글을 단련시키는 도구로 삼으면 된다. 강인한 긍정은 글을 계속 쓰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다. 그 일을 계속하는 인간이 결국 강해지는 것이다.
세 번째, 각오가 생겨난다. 각오란 내가 쓴 글에 대한 책임감이다. 이 부분이 약한 글은 한 때 호자 되더라도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 익명으로 날카롭게 혀를 내두르거나 해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각오를 키우려면 제대로 불속으로 뛰어들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히 물이 되거나 기름이 되어서 계속 써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각오는 싹트게 된다. 글에는 계속 써 나가야하는 총체로서 커다른 글도 있다. 어딘가에서 쓰는 행위를 그만 둔다면 그때까지 쌓아 올린 문장 하나하나도 의미를 잃어버릴지 모른다. 계속 쓰는 한 다 썼다고 단언할 수 있는 글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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